문화예술과 기술의 융합 분야에서 교육에 입각한 실천을 하는 예술가들의 활동과 접근방식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결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터뷰 내용, 어조, 호칭 등을 편집했다.

언메이크랩은 인간, 기술, 자연, 사회 사이에 새롭게 나타나는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전시, 교육, 연구의 형태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영향력 하에 새롭게 구성되는 공간, 노동, 감각, 인터페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다르게 배치하거나 오용하는 작업을 통해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것들을 특정한 알고리즘으로 통과시켜 다른 서사로 출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남준 아트센터, 코리아나 미술관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하였으며, <키트의 사회문화사 1960-1980>, <데이터와 연산장치>, <기계비평들> 등 기술문화와 예술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책의 출간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기술-예술-사회의 접면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현상을 주제로 전시, 워크숍, 강연이 열리는 포킹룸(Forking Room)을 진행하며 기술사회의 현상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http://www.unmakelab.org/

인터뷰 진행일: 2020년 11월 15일

장소: 문래동

열린 과정으로서의 리서치와 이미지 데이터셋

고아침: 포킹룸 리서치랩 일정을 앞두고 있다. 모집은 주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되는지?

최빛나: 그런 편이다. 그 외에는 앨리스온 정도? 그간 행사를 열면 기존 참여자 반, 신규 유입 반 정도로 균형이 맞는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다. 90년대생, 20대로 추정되는 이들이 눈에 띄는데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못 만나니까 감각적으로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강연 중심의, 그러니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많이 얘기하는 자리는 빨리 마감이 되는 편이었다. 한편 <포킹룸 리서치랩>은 각자 리서치를 진행 해야 돼서 약간 문턱이 있는거 같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만들면 좋은 토론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그 수준을 조절하는 게 어렵다.

올해 포킹룸 리서치랩의 내용은 얼마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관한 논의와 기본적인 내용이 같은데, 그 발표 내용이 좀 어려웠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아마도 내용이 정말 어렵다기 보다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 개념 설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사실 전혀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서 이번 포킹룸 리서치랩에서 그런 부분을 잘 풀어서 공통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거 같다.

: 발표 내용 중 아포페니아라는 단어는 조금 낯설기도 했다. 패턴이 없는 데서 패턴을 본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통계나 데이터 분석에서 많이 강조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났다. 상관성은 인과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데이터의 상관성을 보고 인과관계로 오해를 자주 하니까.

: 그런 맥락이기도 하다. 데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상한 상관성을 아포페니아, 즉 완전히 관련 없는 것으로 볼 것인지, 혹은 관계있는 것으로 볼지 가늠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상관성을 자기 자신과 연결해서 차용하는 예술적 접근의 가능성도 있을 거 같다. 그런 면에서 데이터나 인공지능과 관련해 조작적 자기 정의를 해볼 수도 있을 거 같다.

: 데이터와 데이터셋에 관한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9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워크숍에서는 신체 활동 및 피지컬 컴퓨팅을 활용해서 인풋, 아웃풋 등의 개념부터 잡아가는 접근을 취했다. 한편 컴퓨터 비전과 시각적 데이터, 즉 이미지 데이터셋에 관련된 작업도 그 연장선으로 생각된다. 최근 이미지 데이터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 컴퓨터 비전에 대한 작업은 약 3년 전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현상적으로 보이는 것에서 접근을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이 컴퓨터 비전 기술에 대해 코드 기반 리서치를 하면서 더 명확하게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각 데이터를 다루는 이유는 우리의 작업이 시각에 많이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사람들에게 시각 데이터의 문턱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보이는 영역이니까. 우리도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리서치 한 것을 작업과 교육으로 푸는 것인데, 아직 이미지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밖에 공부를 못해서 이기도 하다. 뭔가 풍성하게 갖춰놓고 이번에는 이 얘기를 한 번 해볼까? 저것과 조합해볼까? 이러고 싶은데 그렇게 폭넓은 지식이 없다보니 공부한 부분 만큼만 얘기를 하게 되는 거 같다.

: 꾸준히 리서치해서 이해한 것들이 점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어 풍성해질 것 같다.

: 되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그래도 인공지능의 시각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우리 생각을 얘기 할 수 있게 된 것처럼.